AI로 게임을 만드는 시대, 왜 Godot인가
AI가 게임 개발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미지·음성·코드·밸런싱까지 AI가 개입하는 워크플로우에서, 텍스트 기반·오픈소스·헤드리스 실행이 가능한 Godot는 의외로 가장 강력한 파트너다. 무협 덱빌딩 로그라이크 '천마전생록'을 만들며 체감한 이유.

게임 엔진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Unity와 Unreal을 떠올린다. 실제로 고사양 3D, 콘솔 출시, 방대한 에셋 생태계가 필요하다면 두 엔진은 여전히 최강이다. CoreCode도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Unity·Unreal·Godot를 모두 사용한다.
그런데 AI가 개발 과정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우리는 무협 덱빌딩 로그라이크 천마전생록을 만들며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AI를 적극 활용하는 워크플로우에서는 **Godot(고도)**가 의외로 가장 잘 맞는 엔진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Godot는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한 텍스트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엔진에게 필요한 것: 투명성
AI 코딩 도구(LLM)의 능력은 결국 "읽고 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게임을 함께 만들려면, 게임의 상태·씬·데이터·로직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파싱할 수 있는 형태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엔진들의 차이가 갈린다. Unity의 씬·프리팹, Unreal의 블루프린트·에셋은 상당 부분 바이너리이거나 에디터에 강하게 묶여 있다. AI가 직접 열어보고 수정하기 어렵고, 변경 사항을 diff로 검토하기도 까다롭다.
Godot는 정반대다. 씬(.tscn), 리소스(.tres), 스크립트(.gd)가 모두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텍스트다. 이 한 가지 차이가 AI 워크플로우 전체를 바꾼다.
Godot가 AI 워크플로우에 강한 4가지 이유
1. 모든 것이 텍스트다 — diff · git · LLM 친화적
.tscn, .tres, .gd가 전부 텍스트이므로 AI가 파일을 직접 읽고, 수정하고, 그 결과를 git diff로 정확히 검토할 수 있다. "적 3종의 체력을 10%씩 올려줘" 같은 요청을 AI가 리소스 파일에서 직접 처리하고, 사람은 변경 라인만 확인하면 된다. 바이너리 에셋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2. GDScript는 Python을 닮았다
GDScript는 파이썬과 매우 유사한 문법을 가진다. LLM이 가장 잘 다루는 언어가 파이썬 계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AI가 생성하는 코드의 정확도와 자연스러움에서 큰 이점이다. 프롬프트 한 줄로 새 카드 효과나 상태이상 로직을 붙이는 일이 매끄럽다.
3. 데이터 드리븐 — AI가 콘텐츠를 대량 생산한다
천마전생록은 카드·적·심법·기연을 전부 리소스 파일로 분리한 데이터 드리븐 구조다. 무공 카드 33종, 적 58종+, 데이터 리소스 271개가 코드가 아닌 데이터로 관리된다. 덕분에 AI가 새 콘텐츠를 대량 생성하고, 밸런스 수치를 조정하고, 다국어 텍스트를 채우는 작업을 코드 수정 없이 반복할 수 있다.
4. 가볍고 헤드리스로 돈다 — AI가 스스로 검증한다
Godot는 오픈소스이고 극도로 가볍다. 무엇보다 헤드리스(GUI 없이 CLI) 실행이 쉽다. 우리는 이 특성을 밸런싱에 적극 활용했다. 전투를 화면 없이 수천 번 시뮬레이션해 보스 클리어율 같은 지표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목표 범위를 벗어나면 걸러내는 밸런스 게이트를 구축했다. GdUnit4 유닛 테스트와 PowerShell 자동화(import → load → test)까지 묶어, AI가 코드를 바꾼 뒤 스스로 결과를 검증하는 루프가 완성된다.
실전: 천마전생록의 AI 파이프라인
Godot의 투명성 위에서, 천마전생록은 에셋 제작부터 검증까지 AI를 전방위로 활용했다.
- 이미지: 캐릭터 포트레이트(10인·19표정+), 배경 14종, 적 스프라이트, 카드 일러스트를 AI 이미지 생성으로 제작
- 음성: ElevenLabs TTS로 캐릭터 대사 음성(중국어 98개 mp3) 생성
- 로직·데이터: GDScript 149개, 리소스 271개를 AI와 함께 작성·조정
- 검증: 헤드리스 전투 시뮬레이션으로 밸런스 게이트 자동 통과 확인
- 현지화: 한국어 마스터 기준 5개국어(중·한·영·베·일) 자막
엔진이 텍스트로 열려 있으니, AI가 만든 결과물을 파이프라인에 그대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 소규모 개발에서 이 정도 콘텐츠 볼륨을 감당할 수 있었던 건 "AI 친화적 엔진"이라는 토대 덕분이다.
엔진은 목적에 맞게 — 그리고 Godot라는 새 카드
오해는 없길 바란다. Godot가 Unity·Unreal을 대체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사양 3D, 콘솔 타이틀, 대형 팀·에셋 생태계가 필요한 프로젝트라면 여전히 Unity·Unreal이 정답이다. 중요한 건 프로젝트에 맞는 엔진을 고르는 것이고, CoreCode는 세 엔진을 모두 다룬다.
다만 2D·인디·빠른 반복이 필요한 프로젝트, 그리고 무엇보다 AI를 개발의 핵심 동력으로 쓰는 프로젝트에서는 Godot가 지금까지 과소평가된 강력한 선택지다. 텍스트 기반의 투명함, 파이썬을 닮은 스크립트, 데이터 드리븐 구조, 헤드리스 자동화, 그리고 로열티 없는 오픈소스.
AI가 코드와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시대에, 엔진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덕목은 "AI가 읽고 쓸 수 있는가"이다. Godot는 그 질문에 가장 명료하게 "그렇다"고 답한다. 천마전생록은 그 답을 실제로 증명하는 중이다.